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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남상민 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삼성을 그리다, 문화재에 뛰어들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1-03-21 13:35:32
  • 조회수 937


흔히 해외여행을 하거나, 외국에 살고 있으면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를 보고 자부심을 느낄 때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광고판을 볼 때다. 그 가운데서도 삼성의 광고 전광판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8년 동안 뉴욕 한복판에서 세계에 각인될 삼성의 이미지를 총괄 디렉션했던 남상민 마스터가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스터’는 제일기획에서 전문 임원을 뜻하는 것으로, 각 해당 분야에서 거장의 실력과 명성을 지녀 주위에 모범이 되는 최고 전문가들 뜻한다. 대한민국 광고기획에 최고의 자리에 섰던 그가 인생의 2막을 후학 양성이 아닌 문화재 디지털 보존이라는 다소 생소한 곳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남상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협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남 협회장의 명함을 받아 들었을 때 한국 문화재와 디지털 보존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다소 생경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수십 년간 몸담았던 제일기획에서 일했던 것이 바로 이 일을 위해 달려온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제일기획에서 맡았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삼성 광고 총괄디렉터로 일한 것과 삼성에서 매년 만들었던 달력 제작 업무를 꼽았다.


남 협회장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광고를 통해 삼성이 휴대전화를 만드는 회사이기도 했지만, 올림픽 스폰서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크리에이티브 역할을 했다”면서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지만, 이 일을 맡으면서 영상과 음악을 더 하면 커뮤니케이션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남 협회장은 삼성그룹의 달력을 제작하는 일도 맡아왔다. 삼성은 문화보국이라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수집했던 수많은 명화를 소재로 달력을 제작했다는 것. 삼성이 이때 찍어낸 달력의 물량은 연간 400만부 이상이다. 4인 가정에 1부씩만 돌아가더라도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효과보다 더 컸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하는 가운데 남 협회장은 비단과 한지 등에 수묵화 등으로 그려진 한국의 문화재는 (서양의 유화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빨리 낡아지고, 누렇게 변하는 황변현상 등이 오면서 우리의 문화재가 후세대에 전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디지털 보존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특히 남 협회장은 타임스퀘어 광고 총괄디렉터로 일하면서 느꼈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디지털 보존에 활용, 작품이 담고 있는 작가의 심정과 스토리를 관람객에게 더 깊히 이해시키는 데 적용하고 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를 디지털로 재탄생시킨 것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정약용의 매화쌍조도는 딸이 시집을 갔지만, 귀양살이 탓에 혼례를 치르는 것도 보지 못한 아비의 안타깝고 미안한 심정을 담은 글과 그림이다. 정약용은 부인 홍씨가 보냈던 치마 여섯 폭을 잘라 딸에게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뤘으니 행복하게 살라는 당부를 두 마리의 꾀꼬리가 정답게 지저귀는 그림으로 그렸다.

남 협회장은 “이 그림을 아무런 설명 없이 듣는다면 ‘정약용이 그림도 그렸네’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아비의 심정 등을 담기 위해 디지털 작업과 함께 노래를 함께 담았다”며 “쉽게 ‘그림을 읽어주는 디지털 명화’로 이해하면 쉽다. 즉, 낡고 훼손된 과거의 명화를 우선 디지털로 복원하고 그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스토리와 작가의 철학을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주는 것”이라고 작업을 설명했다.

하지만, 원작품의 철학과 작품의 의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때문에 남 협회장은 작업을 하기 전, 작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학예사 등 전문가와 함께 작품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하고, 고미술 전문가 등의 조언을 들은 뒤 디지털 명화의 제작 시나리오에 착수한다.

그는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가 중점 추진 중인 사안으로 ‘디지털 귀향 캠페인’을 꼽았다. 디지털 귀향 캠페인은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해야 하지만, 환수를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이 뒤따라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협회는 디지털 작품으로라도 복원해서 귀향시키자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해 캠페인을 실시 중이다.

남 협회장은 “대부분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유출된 많은 문화재는 이제 낡고 훼손된 상태”라며 “세월이 더 흐르면 더 이상 대중 전시를 하지 못하고 수장고에 보관해야 하며, 그때가 오면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감상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래서 이러한 과거의 문화재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명화로 만들어 미래 세대에 우리의 명화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디지털 귀향 캠페인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협회의 운영 애로사항을 묻자, 그는 문화재의 디지털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디지털 복원이나 명화 제작을 위해서는 컴퓨터 작업이긴 하지만, 수천수만 번의 포토샵 샘플링을 해야 하는 등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비용적인 부담이 상당하지만, 국가의 지원이나 기업들의 후원 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한다. 남 협회장은 “문화재의 디지털 보존이 정식적으로 법으로 제정되어서 국가기관에서 제대로 지원해 진행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의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우선 해외에 유출된 많은 문화재들을 디지털 귀향시켜서 국민들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디지털 귀향된 디지털 명화를 역으로 우리나라의 홍보대사로 해외 문화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디지털 문화재 보존 엑스포를 개최해 문화재 디지털 보존의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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