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신청

법인소식

일본에 있는 몽유도원도 디지털 재현… 문화재 귀향 도와

관리자 │ 2021-01-29

HIT

8134







귀향전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기억하고 향유할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었다. 우리의 것이지만 맘껏 볼 수조차 없는 문화재를 디지털 기술로 되살려 활용하자는 것이다. 되가져오기란 좀체 힘들고, 그렇다고 남의 것인 양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니 괜찮은 방법이지 싶다.


“어떤 측면에서는 반환을 유도하는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화하면 다음 세대들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반환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해외 소장처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관, 일본관에 비해 한국관이 굉장히 빈약한 해외 주요 박물관에 전시를 하면 우리의 문화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귀향전을 총괄 연출한 다인 미디어 아트랩 남상민 작가의 바람이다. 몽유도원도뿐만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해외소재 한국문화재 16만여점이 디지털 작업의 잠재적 대상이다. 지난달 진행된 전시회에서 몽유도원도를 비롯해 이한철의 ‘석파정’,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등 디지털화된 국보급 문화재 10점을 선보였다.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의 미누현대미술관에서 남 작가를 만났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일하면서 삼성그룹의 달력 제작 작업 업무를 담당했었다. 호암·리움미술관에 소장된 수많은 수집품을 촬영해 달력으로 만드는 게 일이었다. 매년 수장고에 들어가 작품을 보면서 “귀한 작품들이 수장고에만 있으면 대중이 향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명품 회화의 디지털화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시·공간 제약 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후대에도 감상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도 디지털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요즘은 각 미술관들이 고해상도의 소장품 사진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걸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문화재를 단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몽유도원도의 사례처럼 작품을 해석해 스토리를 만들고, 음악을 입혀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인터뷰 당일 그가 보여준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는 소나무 아래서 술에 취한 신선이 생황을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남 작가는 음악을 입히고, 화면에 서서히 안개를 드리운 뒤 소나무가 용으로 변해 하늘에서 노니는 것으로 표현했다. 




“좋은 임금님 아래서 평화로운 백성으로 살고 있다는 뜻을 담은 그림입니다. 소나무가 임금이죠. 임금이나 임금을 상징하는 용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니까 소나무로 용을 대신한 겁니다. 소나무 껍질이 용 비늘 같고, 용머리를 닮은 가지를 그려넣기도 했죠.”


원형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문화재 특성을 놓고 보면 창작과 변형은 왜곡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남 작가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남 작가의 작업에서 해석은 창작보다는 고증에 가깝다. 대상 문화재를 가장 잘 아는 연구자들에게 작품에 구현된 철학, 숨은 스토리를 듣고 철저하게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남 작가의 고민은 왜곡의 가능성보다는 관람객의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에 있었다.


“관람객이 자기의 지식, 상상력을 동원해 감상하는 몫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읽어준답시고, 이 작품은 이런 뜻입니다 하는 게 관람객이 누려야 할 해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원화의 뜻을 절대 왜곡시키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그렇게 하게 되었고요.”




그는 귀향전을 준비하며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작업의 취지를 전달해 크라우드펀딩으로 돈을 모았고, 선·후배와 지인들에 부탁해 작품을 선정하고 음악을 골랐다. 이런 작업을 사업 모델로 구체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개인이 하기에는 힘들다는 생각이 강했다.


“문화재를 바탕으로 한 미래의 콘텐츠잖아요. 국가에서 이런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국내에 있는 문화재도 보존하고, 보관하는 차원에서만 머물지 말고 이렇게 만들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전시하면 호응이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성남=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이전글 국외 소재 문화재 디지털로 돌아오다
다음글 해외 우리 옛 명화, 디지털로 돌아오다